"특히 저출생 대책을 강조해 주십시오."

김현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요청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다. 

그는 중국 경제 부흥을 이끈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하며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따질 때가 아니다. 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인구절벽의 위기상황을 전했다. 

김 의장이 강조해 달라는 것은 그가 지난 1월 제안한 '서울형 저출생 극복 모델'이다. 

모든 저출생 정책에서 지원대상의 소득기준을 없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게 핵심이다. 

김 의장은 "요새 다 맞벌이고, 맞벌이 부부는 웬만하면 거의 소득기준이 넘어 정책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집중 지원해야 할 분들이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으니 정책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지원대상의 확대가 저출생 대책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문턱을 낮춰놓아야 아이 낳을 생각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시행중인 저출생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입주대상 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 2인 가구 기준 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연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중위소득 150% 이하, 3인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등 갖가지 소득 기준을 두고 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 '소득기준 삭제'는 파격적이지만, 사실 아이를 낳지 않는 큰 이유는 주택.교육 문제 때문 아닌가? 저출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17년 동안 380조원을 퍼부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아침 신문을 보니 직장인들 73%가 자녀 가질 계획이 없다고 한다. 출산 적령기의 국민들이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존의 관행, 기존의 제도, 기존의 사고를 싹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데, 그 분들은 자녀를 낳아도 소득기준(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이 넘어 임대주택을 받을 수가 없다. 먼저 이 소득기준을 폐지해야 저출생 대책이 마련될 걸로 본다. 

중국 등소평이 '흑묘백묘론'으로 경제 부양을 시키지 않았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중국 경제가 팽창했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2022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59명에 그쳤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5년 1.001명에 비해 7년 만에 40%나 감소했다. 

김 의장은 "의회 대표로서 정책제안을 한 것이지 조례개정안을 내고 금액 확정하자고 한 얘기는 아니다. 서울시도 고민하고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는 입법권과 예산심의확정권을 토대로 저출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챙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지방자치 부활 33년인데, 성과라고 한다면?

"지방의회가 새롭게 출범한 지 33년이 됐다. 그간 지방의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나름대로 의회의 역할을 잘 하고 있지 않겠나,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일단 구성원이 달라졌다. 역량도 달라지고 의정활동 범위도 대단히 심도 있게 바뀌었다. 매우 고무적이다. 늘 쇄신하고 늘 변화하려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는 시장이 아니다. 입법이 필요하고 예산이 투입되는 일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의회는 집행기관의 장이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11대의회 전반기에 이런 인식은 확고히 바꿔놓았다. 의회가 보다 더 주도적,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책임감, 사명감을 잘 챙기겠다."

의장의 역할을 묻는 질문엔 "의원들을 이끌어주고 의회 역할에 대해 고취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의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상임위가 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은 의장이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그게 바로 저출생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객원 김한주 기자

◆성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회의 위상정립이 되겠다. 

"과거 어느 의회보다 의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외부에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  과거 서울시의회는 '통과의회'라는 오명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의회(제11대 서울시의회)는 여야 할 것 없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필요한 것은 당연히 해 주었다. 리버버스(한강 수상 버스)만 해도 민주당이  처음에 많이 반대했지만, 나중엔 예산 심의확정 다 해줬다. 일종의 성과라고 본다. 또 예전 특정 정당이 다수당일 때 만든 제도가 많다. 대표적인 게 '마을공동체 지원에 관한 조례'다. 10년간 약 1조원을 투입했다는데, 그것을 폐지하고 시민 삶에 필요한 곳으로 그 예산이 쓰여지게 했다. 

서울교육청 관련해선 문 정부 때 기초학력 평가가 중단됐는데, 출범과 동시에 조례를 만들고 평가도구를 만들기 위한 예산 30억원을 책정해 교육청에 보냈다. 지난해 11월 평가를 했고 며칠 전 평가대회를 했다. 굉장히 큰 성과라고 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서울교육청 예산을 6천억 삭감했었다. 소위 '3불 원칙'이다. 용도가 불요불급하고, 집행 목적이 불분명하며, 사업 효과가 불투명한 예산을 줄이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서울교육청) 삭감 이후로 예산집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시민 세금을 유효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것이 11대 전반기의 성과라고 자평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없나.

"여야가 서로 합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잘 안 된 것들이 있다. 학생인권조례만 해도 교육자들의 83.1%가 교권추락의 원인으로 꼽았는데도 개선책을 못 찾아 대단히 아쉽다."

학생인권조례는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서울시민 6만4천347명이 폐지조례안에 서명해 의회에 접수하여 지난해 3월 13일 의장이 발의했다. 4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 2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서울학생인권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수리 및 발의 처분이 무효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12월 소송과 관계없이 폐지안의 시의회  통과가 임박하자 법원에 폐지안 수리,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18일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원 발의로 다시 올리면 폐지를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김 의장은 "앞으로 여야간 충분히 논의를 거쳐서 처리할 것"이라며 "의원들이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김 의장은 "남은 임기 동안 세심하게 챙겨 시민들의 부름에 늘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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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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